선조와 정인홍-8 [조선왕조실록]-부호군 정인홍 상소

by 杓先 posted Aug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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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149권 35년 4월 28일 (기미) 002 /
부호군 정인홍이 올린 상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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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군 정인홍이 상소하기를,

“신이 헌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병을 이유로 사직을 청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 직에서 면직되자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놓은 듯하였습니다. 그래서 삼가 생각하기를 ‘신이 당초 이 직책으로 소명을 받고 왔다가 지금 면직되었으니 또한 돌아갈 수 있다.’고 여겨 성을 나와 병을 조리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으니, 신이 성명(聖命)을 저버린 죄가 이미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호군(護軍)에 임명되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군직(軍職)의 경우는 정고(呈告)를 세 번하면 반드시 체차되는 것으로 예부터 가유(加由)라는 예는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세 차례 정고하고 문득 강을 건너 체차되기를 기다렸는데 가유한다는 명이 뜻밖에 내려졌으니 신이 성명을 저버린 죄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 또한 신의 심병(心病)이 깊이 고질화되어 모호하게 일을 처리하는 데서 나온 하나의 큰 사례라 하겠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낭패스러운 구구한 실정을 가지고 상을 번독케 하였는데 성교(聖敎)가 정녕하시고 매우 간결하게 개유하시니 신으로서는 감당하지 못하겠으므로 땅에 엎드려 울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쓸모없는 신으로서 이미 제대로 직무에 힘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지 못하였는데 군부께서 매번 이렇게 대해 주시니, 신의 죄는 만번 죽어도 속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시 곧 강을 건너 촌가에 우거한 지 이미 여러 날이 되었습니다만 신병이 덜해지지는 않고 더하기만 해 아직도 나아가 은명에 사례하지 못하고 삼가 엄벌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 살펴주소서.”
하니, 답하기를,
“소장을 보고 경이 돌아온 것을 알았다. 진실로 가상하게 여기는 바이다. 설혹 경이 물러간다 하더라도 조용히 해야 할 것이지 이처럼 갑자기 행동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떠날 수 없는 경우이겠는가. 가령 제대로 직책을 수행하지 못하고 도성 안에 누워 있게 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반드시 경의 곧은 절개를 두려워하여 절로 잘못을 감히 저지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군자가 의지할 바가 있게 되고 국가의 명맥도 따라서 확장될 것이니 그 도움됨이 어찌 적다고 하겠는가. 이것이 경이 한 번 떠나는 것을 내가 깊이 애석하게 여기는 이유이다. 그리고 옛사람은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 진실로 적임자를 얻도록 하면 그의 몸이 비록 물러나더라도 마치 조정에 있는 것과 같게 여겼었다. 전날 경연에서 남쪽 지방에 현사(賢士)가 있으면 등용하려고 경에게 써서 추천하라고 하였다. 이는 대체로 남쪽이 훌륭한 선비의 기북(冀北)4906) 이라 할 수 있어서였다. 어찌 적임자가 없겠는가. 옛날 송(宋)나라의 신종(神宗)이 명도(明道)에게 인재를 추천하라고 하자 명도는 표숙(表叔) 및 아우를 맨 먼저 꼽았다. 이렇게 말한다면 옛 사람은 임금의 명을 받으면 추천하였으니 굳이 대신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경은 몸받도록 하라.”
하였다.
【원전】 24 집 379 면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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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4906]기북(冀北) : 선비가 많이 사는 고장이라는 뜻. 기북은 본래 명마(名馬)가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한데 한유(韓愈)가 처사(處士) 온조(溫造)를 전송하는 서문(序文)에서 “동도(東都)는 사대부의 기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 말에서 기인되어 명사(名士)가 많은 곳의 대명사로 전용되었다. 《한유문집(韓愈文集)》. ☞


선조 150권 35년 5월 13일 (갑술) 002 /
정인홍이 올린 차자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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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자; 간단한 서식의 상소문)

선조임금이 정인홍(鄭仁弘)의 차자에 답하였다.

“차자를 읽고 경의 뜻을 잘 알았다. 경의 고상한 품성과 곧은 기개는 세상이 우러러 보는 바이다. 부름을 받고 올라와 조정에 나선 지 한 달이 채 못되어 수백 마디의 말을 차자를 통해 올렸는데, 바른 말이 한 번 나오자 늠름한 정기(正氣)가 감돌아 어두워졌던 사람의 마음을 밝혀 주고, 병들었던 사람의 마음을 고쳐 주었으며, 간교한 무리를 내쫓아 백관이 엄숙해짐으로써 조정이 생동하는 기운을 갖게 되었다. 이 어찌 용렬한 관료와 비교가 되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의 허물을 용납해 주지 않기 때문에 경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싫어할 뿐 아니라 중상 모략을 하는 자도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경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가만히 조정에 있어만 줘도 사람들이 조심하고 꺼려서 조정이 구정(九鼎)보다 무거울 것이니 차마 나를 버리고 가지 않을 줄로 믿는다. 차자 가운데 ‘비록 조정을 떠나더라도 백성의 이로움과 해로움, 나라의 기쁨과 슬픔에 관계되는 일을 안다면 모두 말하겠다.’고 한 말이 더욱 나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내가 진실로 바라는 바이나 경은 물러가서는 안 된다. 설사 물러갈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나라에 역란(逆亂)이 있는데도 아직 적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더욱 물러갈 때가 아니다. 마땅히 나의 간곡한 심정을 알아주기 바란다.【차자는 일기에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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