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와 정인홍-9 [조선왕조실록]-사직상소와 정책건의

by 杓先 posted Aug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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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151권 35년 6월 7일 (정유) 001 /
동지중추부사 정인홍이 사직소를 올렸으나 들어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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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중추부사 정인홍(鄭仁弘)이 사직하고 돌아가기를 청하는 일로 상소하여 입계하니, 답하였다.

“소를 살펴보니, 한 마디 한 마디에 정성이 지극하다. 내가 어찌 헤아리지 못하겠는가. 불러서 올라온 이래 객지의 생활이 황량하여 온갖 고생을 겪었을 것이니 경에게 깊이 미안하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요한 때로 이에 대해서는 경도 애석하게 여기는 점이다. 경이 머물러 있으면 국가의 형세가 든든하여 군자들이 의지할 곳이 있게 되고 소인들은 감히 방자한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한 사람의 곧은 선비가 조정에 있으면 유안(劉安)4913) 같은 자의 음모도 저지되니 관계되는 바가 크다. 경의 고상한 뜻을 이루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은 아니로되 진실로 차마 하지 못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경은 조정에 나온 지 겨우 몇 순(旬) 밖에 안 되었으니 어떻게 뜻을 펼 수 있었겠는가. 우선 머물러 있도록 하라. 지금은 오랜 장마로 남쪽길이 끊겼고 고향길은 험하고 머니 형세상으로도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나의 본의를 알도록 하라.”

선조 151권 35년 6월 7일 (정유) 003 /
동지중추부사 정인홍의 사직 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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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중추부사 정인홍이 상소하였다.

“신은 너무나 몸이 쇠약하고 질병이 갈수록 더하여 본직의 체직을 세 차례나 청하였으나 또 말미를 더해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받았으니, 너무나 감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은 병으로 직무를 볼 수 없어 외람되게 머물러 있는 것은 결코 불가한 일이었으나, 마침 역적의 변이 있어 의리로 보아 떠나기를 청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여러 달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관직을 지니고 있어 의리를 범하는 죄가 날이 갈수록 쌓이게 되었는데 다행히 역적의 무리가 계속해서 주륙(誅戮)되고 간사한 계략이 드러나기 전에 먼저 꺾여서 거의 평정되었으니, 다시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쇠약하고 병든 신은 애당초 아무 것도 할 능력이 없었는데 어찌 다시 지체함으로써 죄만 가중하겠습니까.
옛날부터 임금이 불러서 나오면 삼가 그 직임에 충실하고 물리치면 물러가 전사(田舍)에 은거하는 것이니, 어찌 나아가서는 직무를 보지 않고 물리치지 않는데 전사에 돌아가 있는 의리가 있겠습니까. 나아가고 물러가는 중간에는 의거할 곳이 없으니, 만약 그 사이에 처하면서 스스로 편안한 곳으로 여긴다면 전하께서 역시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신이 체직을 청한 것이 이미 한두 번이 아닌데 전하께서는 매번 은혜를 베푸셔서 체직해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이는 전하께서 신이 관례에 따라 병을 가탁하여 편리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여기신 까닭입니다. 신에게 병이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 것입니다. 풍현증(風眩症)이 날마다 발작하여 갈수록 파리해져서 언제 죽을지 모르니, 신이 도성에서 죽는 것은 분수와 도리에 편안하여 실로 한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정리로 본다면, 살아서 가고 싶지 죽어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것이니, 죽어서 돌아가는 것이 어찌 살아서 돌아가는 것만 하겠습니까. 삼가 전하께서는 불쌍히 여겨 살펴주소서.
삼가 성상의 비답(批答)을 보니 ‘경을 좋아하지 않는 자가 많다.’고 하셨는데, 좋아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도리어 몰래 배척하는 자들인들 어찌 없겠습니까. 옛사람의 말에 ‘믿을 것은 임금의 마음’이라고 하셨는데, 전하의 생각이 이미 여기까지 미치셨으니, 신이 다시 무엇을 염려하겠습니까. 또 신이 진실로 소인이라면 사람들이 드러내 놓고 배척하지 몰래 배척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소인이 아니라면 몰래 다른 사람들의 배척을 받는 것이 도리어 영광이니, 어찌 이를 불안하게 여겨 기필코 물러가려 하겠습니까. 단지 신병이 전일 진달한 바와 같아 오래도록 성중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고, 명분과 의리에 있어서도 더욱 편안하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날이 갈수록 신은 위축되고 답답하여 다시 또 다른 병이 생겨 끝내는 스스로 살아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신은 일찍이 ‘신하로서는 실로 벼슬을 외람되게 탐해서는 안 되며, 또 구차하게 사직을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의리로 보아 진실로 벼슬할 만한데도 꼭 사직하려고 한다면 이 또한 구차한 것입니다. 존귀하고 영화로움을 싫어하고 춥고 괴로움을 좋아하는 것이 어찌 인정이겠습니까. 신은 변변찮은 몸으로 은혜와 괴임을 지나치게 입었으니 몸이 쇠약하거나 병들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에 벼슬을 사양하여 군부(君父)를 멀리 하며, 좋은 음식을 버리고 거친 음식을 먹으려 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인정 없는 일개 촌로(村老)일 뿐입니다. 이것으로 말한다면 신이 사퇴를 청함은 실로 부득이한 데서 나온 것으로 만번 죽을 죄를 무릅쓰고 천청(天聽)을 번거롭게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삼가 전하께서는 굽어 살피시어 조치하여 주소서.”
【원전】 24 집 386 면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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